개나리는 불행하다
link  플로리스트   2021-04-20
개나리는 불행하다.
감정을 억제하고 살아야 했던 전통적 유교풍토에서 이 개나리의 화품이 너무 반골이라 하여 구박받고 억압받으며
이 땅에 근근이 살아왔기 때문이다.
개나리를 읊은 옛 시 한 수 찾고자 갖은 문헌을 다 뒤졌지만 그건 헛수고였다. 역대 중국 시인 중에도 개나리를 읊은
시인은 없다. 얼마나 천하게 여겼기로 노래나 시에서까지 소외당했을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개나리는 아무데나 꺽어서 꽂아도 살아나니 일편단심이 없고 지조가 없다고 여겼다.
난처럼 까다롭게 살고 매화처럼 때아닌 추위 속에 고고하게 피어야만이 단심과 지조를 인정했던 우리 선조들에게
개나리의 왕성한 생명력은 헤퍼보였던것 같다.

또한 개나리는 버들처럼 하느적거린다 하여 그 몰골에서 뼈대나 줏대가 없다고 여겼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바람이 부는데로 사는 간사떠는 얼간이로 비쳤던 것 같다.
또한 절도 없이 번잡하게, 또 분방하게 피어나 사람의 눈을 현란케 한다는 것이, 담백하고 질박하며 단순한 것일수록
가치를 부여했던 당시 체제사상에서 요부로 비쳤음직하다.

옛 선비들은 모든 꽃에 일품에서 구품까지 화품을 매겼는데 이 개나리는 최하위인 구품에까지도 끼이지 못한 꽃의
아웃사이더였던 것이다.
유교사상과 사대사상에 오염된 옛 선비나 시인들이 저버렸던 이 불행한 꽃의 화품을 우리 몽매했던 서민이 소중히 발견,
떠받들고 있다.

서민들이 불러온 을 보자.
"얀달래 반달래 이 가지 저 가지 노가지 나무
진달래 왜철쭉 맨드라미 봉선화
흔들흔들 초롱꽃 달랑달랑 방울꽃
맵시있다 애기씨꽃 부얼부얼 함박꽃
절개면 다냐 매화야 부귀면 다냐 목단아
이 꽃 저 꽃 다 버리고 개나리꽃 네로구나."

소수 엘리트에 억눌린 채 다중 반체제의 비호 아래 개나리가 숨어서 명맥을 이어 내려오고 있음을 본다.
그리하여 동요 속에서 병아리로 하여금 개나리 꽃 입에 따다 물림으로써 그 지루하고 고통스러웠던 감정의
암흑시대로부터 해방되고 있다.
한국의 정신사에서 소외되었던 서민의 꽃이 지금 막 현란하게 피어나고 있다.






1984 이규태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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